
피터틸 이더리움 투자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틸을 단순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깊이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쩌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최근 그의 벤처 캐피털인 파운더스 펀드가 이더리움 관련 주식을 일부 매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역시 피터 틸은 이더리움을 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저는 오랫동안 그의 투자 방식을 지켜보면서 이것이 단순한 변심이나 배신이 아니라, 그의 치밀한 ‘제로투원’ 철학에 기반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피터 틸이 왜 비트코인을 비판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이더리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거물 투자자 피터 틸은 누구인가
우선 피터 틸이 어떤 인물인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는 단순히 돈이 많은 투자자가 아닙니다. 페이팔을 공동 창업하며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혁명을 이끌었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절의 페이스북에 첫 외부 투자자로 참여해 3400배의 수익률이라는 신화를 썼습니다.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스페이스X, 에어비앤비, 팔란티어 등 세상을 바꾼 기업들이 즐비합니다. 그의 책 ‘제로투원(Zero to One)’에서 밝혔듯, 그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1 to n)이 아닌, 아무도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독점 기업(0 to 1)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그의 배경을 이해해야 피터틸 이더리움 투자에 대한 복잡한 시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애증, 변해버린 첫사랑
피터 틸은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라 칭하며 극찬해 왔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중앙은행의 실패에 대한 가장 확실한 헤지 수단이라고 믿었습니다.

그의 이런 믿음은 파운더스 펀드가 2022년 시장 붕괴 직전에 비트코인 투자로 18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엄청난 성공으로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최근 들어 미묘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사이퍼펑크와 자유주의자들의 도구가 아닌, 블랙록과 같은 거대 기관들에 의해 포섭되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물 ETF 출시 등으로 비트코인이 전통 금융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는 것을 보며 “여기서부터 그렇게 극적으로 상승할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죠. 그가 사랑했던 비트코인의 ‘반체제적’이고 ‘탈중앙화된’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는 실망감의 표현입니다.
이는 마치 인디 밴드를 열렬히 응원했는데, 그들이 너무 유명해져서 대중적인 팝 스타가 되어버린 것을 보는 팬의 심정과 비슷할 겁니다.

논란의 중심, 이더리움 지분 매각의 진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파운더스 펀드가 이더리움 인프라 관련 기업인 비트마인(BMNR)의 지분 절반가량을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이더리움 관련주인 이더질라(ETHZilla)의 지분도 축소했죠.
이 소식만 보면 “피터 틸이 드디어 이더리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해석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파운더스 펀드는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양의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특정 자산을 완전히 정리하기보다는 핵심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스타일을 보여왔습니다.
이것은 이더리움 생태계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저버린 것이 아니라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제 투자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은 포트폴리오의 건전성을 위한 ‘가지치기’나 ‘차익 실현’에 가깝지,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사형선고는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피터 틸의 큰 그림, 이더리움은 화폐가 아니다
그렇다면 피터틸 이더리움에 대한 진짜 생각은 무엇일까요? 그는 놀랍게도 “이더리움에 베팅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그는 이더리움을 비트코인과 같은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디지털 골드)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월스트리트가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핵심입니다. 피터 틸에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자산인 셈입니다.
- 비트코인 = 디지털 골드, 가치 저장 수단 (이었지만, 지금은 그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
- 이더리움 = 탈중앙화된 금융(DeFi)과 웹3.0을 위한 운영체제(OS), 즉 새로운 금융 인프라 플랫폼
그는 비트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하길 바랐지만, 기관에 포섭되는 것을 보며 실망했습니다. 반면, 이더리움은 처음부터 ‘화폐’가 아닌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본 것입니다. 이더리움 위에서 돌아가는 수많은 디앱(dApp), NFT, 스테이킹, 토큰화(RWA) 등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한 것이죠.
그가 최근 스테이블코인 스타트업 ‘플라즈마(Plasma)’에 투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바꿀 인프라에 투자하는 그의 ‘제로투원’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은 교훈
저 또한 2017년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하면서 비슷한 혼란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코인을 ‘화폐’라는 단일한 잣대로 평가했습니다. 비트코인보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한 코인이 나오면 비트코인은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장의 부침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각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피터 틸의 관점을 알고 나서야 제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자산은 금처럼 안전자산으로, 어떤 자산은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의 주식처럼 다뤄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피터 틸이 이더리움 관련 주식을 일부 정리한 것은, 마치 기술주 포트폴리오에서 단기 급등한 종목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겁니다.
결론적으로, 피터틸 이더리움에 대한 태도는 부정이 아닌, ‘역할의 재정의’에 가깝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가야 할 길과 이더리움이 가야 할 길이 다르다고 명확하게 구분하고, 각각의 본질에 맞춰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은 ‘디지털 골드’로서의 순수성이 훼손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며, 이더리움 관련주 매각은 단기적인 리스크 관리일 뿐, ‘차세대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이더리움 생태계에 대한 그의 장기적인 믿음은 여전히 굳건해 보입니다.
그의 복잡한 행보에 혼란스러워하기보다, 각 자산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그의 혜안을 배우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