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뭐하는 회사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처음 이 기업의 이름을 들었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감조차 잡기 어려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구체적으로 뭘 파는 회사인지, 기술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자료는 드물었죠.
심지어 이 회사에서 일했던 전 직원들조차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니, 그 신비주의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 기업을 지켜보고 관련 자료들을 분석해 본 결과, 그 거대한 그림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팔거나 수집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지점이죠. 이들은 데이터 브로커가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에 흩어져 있는, 정리가 전혀 되지 않은, 그야말로 혼돈 상태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의미 있는 정보로 바꿔주는 ‘도구’ 즉,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마치 아주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마법처럼 풀어주는 기계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건 바로 그 ‘마법 같은 기계’입니다.
팔란티어의 시작과 정체
이 회사의 시작은 사실상 미국 정부,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보 기관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 정보들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했던 거죠.
이때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틸이 나섰습니다. 페이팔 시절 신용카드 사기를 막기 위해 만들었던 실시간 사기 거래 분석 시스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를 위한 데이터 분석 회사를 구상한 겁니다. 그리고 CIA 산하의 벤처캐피탈인 ‘인큐텔(In-Q-Tel)’이 초기 투자를 하면서 팔란티어는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태생부터가 정부, 특히 정보 및 국방 기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는 겁니다. 그래서 팔란티어의 첫 번째이자 가장 유명한 제품 이름이 바로 ‘고담(Gotham)’입니다. 영화 배트맨의 배경이 되는 그 도시 이름이죠. 범죄와 테러로 가득한 도시에서 숨겨진 위협을 찾아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입니다.
정부의 비밀 병기 고담
고담 플랫폼은 그야말로 정부 기관, 군대, 경찰을 위한 궁극의 데이터 분석 툴입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테러 용의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용의자의 통화 기록, 은행 계좌 거래 내역, SNS 활동, 공항 출입국 기록, CCTV 영상 등 수십, 수백 가지의 데이터가 서로 다른 기관에 흩어져 있을 겁니다. 고담은 이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불러와 시각적으로 연결해 줍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 다른 누구와 만났는지, 그들이 어떤 경로로 자금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이었던 ‘넵튠 스피어 작전’에 팔란티어의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 군이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러시아군의 동향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작전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전장의 ‘디지털 체스판’ 역할을 수행하며 실시간 의사결정을 돕는 겁니다.
기업 세계로의 확장
팔란티어가 정부 기관만을 상대로 사업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거대 기업이 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민간 기업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파운드리(Foundry)’ 플랫폼입니다. 고담이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를 추적하는 데 쓰인다면, 파운드리는 기업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됩니다.
기업용 만능 해결사 파운드리
글로벌 대기업을 생각해 보면, 생산, 재고, 물류, 인사, 재무 등 수많은 부서에서 각기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냅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겁니다. 파운드리는 이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여 기업 운영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특정 부품의 재고가 부족해 생산 라인이 멈출 위험이 있다는 것을 미리 예측하거나, 공급망의 어느 부분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지 즉시 파악하고 대안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파운드리를 이용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고, 영국의 국민 보건 서비스(NHS)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국 고담과 파운드리는 적용되는 대상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는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해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찾는다’는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유지 보수하고 업데이트하는 ‘아폴로(Apollo)’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번 고객이 되면 빠져나가기 힘든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
이렇게 강력한 기술을 가진 만큼, 팔란티어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들의 기술이 소수의 권력 기관에 의해 시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브라더’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계약으로 인해 불법 이민자 추방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하여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또한, 막대한 매출과 높은 영업마진에도 불구하고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임원진과 직원들에게 주식 보상(SBC)으로 지급하여 실제 순이익은 거의 남기지 않는 재무 구조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창업자들이 막강한 의결권을 가진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회사를 지배하고 있어 이러한 경영 방식이 쉽게 바뀌기도 어렵습니다.
한 전직 직원은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팔란티어는 정말 무서운 도구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정말 위험할 수 있죠. 사람들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팔란티어라는 회사가 가진 힘과 그에 따르는 책임, 그리고 잠재적 위험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마디일 겁니다. 팔란티어 뭐하는 회사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직한 대답은 아마도 ‘세상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도, 혹은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을 파는 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그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인간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