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시장을 뒤흔드는 초대형 빅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내 최대 포털 기업 네이버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소식은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결제, 금융, 가상자산을 아우르는 거대 플랫폼의 탄생을 예고하며 시장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는 양측의 신중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수설이 불러온 파장과 그 이면에 담긴 전략적 의미는 이미 시장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 ‘빅딜’의 서막,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
이번 인수설의 핵심은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입니다. 2025년 9월 25일, 다수의 언론을 통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이란?
포괄적 주식 교환은 두 기업이 주식을 맞바꿔 지배구조를 하나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번 딜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하고, 두나무의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전량과 이를 맞바꾸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다음과 같은 지배구조가 완성됩니다.
-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완전 자회사가 됩니다.
- 기존 두나무 주주들(송치형 회장, 김형년 부회장,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은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주가 됩니다.
- 결과적으로 ‘네이버 → 네이버파이낸셜 → 두나무’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직 계열화가 구축됩니다.
이는 두 회사의 법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배 관계만 모회사와 자회사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합병에 비해 회계, 세무, 규제 측면에서 유연하게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공식 입장 발표와 요동치는 시장
양사의 공식 입장
단독 보도가 나온 직후, 네이버는 공시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네이버는 “종속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와 스테이블 코인, 비상장주식 거래 외에 주식 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협력사항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두나무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놓으며, 논의 사실 자체는 인정하되 최종 결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극명하게 엇갈린 시장 반응
빅딜 소식에 주식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 네이버 주가 급등
-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진 25일, 네이버의 주가는 장중 10% 이상 급등하며 25만 원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두나무의 높은 수익성이 네이버의 연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과,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 두나무 관련주 하락
- 반면,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두나무의 주가는 14%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또한 두나무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 등 상장사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두나무의 나스닥 상장 등 단독 IPO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투자했던 주주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네이버의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독립적인 해외 상장을 통한 높은 기업가치 평가 기회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입니다.
🤝 네이버와 두나무, 각자의 셈법은?
자산 규모만 보면 12조~15조 원으로 평가받는 두나무가 5조~8조 원 가치의 네이버파이낸셜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하지만 양사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번 빅딜이 서로의 필요를 정확히 충족시키는 전략적 선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업비트를 원하는 이유
-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
- 이번 딜의 가장 큰 동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입니다. 3,000만 명이 넘는 네이버페이 이용자와 거대한 결제망에 업비트의 블록체인 기술력과 인프라를 결합하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단숨에 장악할 수 있습니다. 마침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제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분석입니다.
- ‘슈퍼 앱’으로의 진화
- 쇼핑, 결제, 금융상품 중개를 넘어 가상자산 거래까지 품게 됨으로써, 네이버는 소비자의 모든 금융 생활을 아우르는 ‘슈퍼 앱’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는 플랫폼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사용자를 묶어두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 실적 개선 효과
- 연간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두나무의 실적은 네이버의 연결 재무제표에 즉각적으로 반영됩니다. 이는 네이버의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직접적인 효과를 낳습니다.
두나무가 네이버의 우산을 선택한 이유
- ‘그림자 규제’의 벽 돌파
- 두나무는 업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사업자’라는 꼬리표와 각종 ‘그림자 규제’에 막혀 신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나 해외 시장 진출 같은 유망한 사업들이 규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좌초된 바 있습니다.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의 일원이 되면 이러한 규제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 안정성과 투명성 확보
- 네이버 그룹 편입은 두나무에게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안정성을 가져다줍니다. 이는 창업자 개인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제도권 기업으로서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변동성이 큰 거래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모색할 수 있게 됩니다.
- 창업자의 출구 전략(Exit Plan)
- 업계에서는 이번 딜이 송치형 의장을 위한 합리적인 ‘엑시트 플랜’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현금화가 어려운 비상장 주식을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의 IPO를 통해 보다 용이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남은 과제, 송치형 의장과 카카오의 선택
이번 빅딜의 성사 여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 인물들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핵심 키맨, 송치형 의장
주식 교환 비율에 따라, 송치형 의장은 합병 후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는 형식상 네이버가 두나무를 인수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송 의장이 네이버의 핵심 금융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그가 이 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래 디지털 금융 시장에 대한 더 큰 그림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카카오 딜레마’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두나무의 3대 주주(지분 10.6%)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존재입니다. 카카오의 선택에 따라 딜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 1 불편한 동거
- 카카오가 주식 교환에 동의할 경우, 경쟁사인 네이버의 핵심 금융 자회사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게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 시나리오 2 막대한 현금 지출
- 카카오가 주식 교환에 반대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네이버는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의 미래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아직 ‘논의 중’인 단계입니다. 교환 비율 산정, 주주총회 승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수많은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빅딜의 추진 소식 자체만으로도 국내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과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자들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시장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번 ‘세기의 딜’이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